오랜만에 학회에 다녀왔다. 조금 특별한 국내 학회로, 육군 M&S학회라는 곳이다.
AI 연구와 육군 M&S 학회의 관계성은 크지 않으며, 이곳에 참석한 이유는 연구실과 관련되어 있다.
내가 박사과정을 하는 연구실은 인공지능 모델 설명을 목적으로 한다. 모델을 설명하는 것은 신뢰성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외부에서 어떤 수요가 있는지 알기 위해서 국방 관련 학회에 참석하였다. 육군 M&S 학회는 Army Mobile and Simulation 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를 공유하는 학회로, 참석하시는 분들은 소령 이상 군관계자나 국방대학교, 국방과학연구소 분들이 많았다. 학회에 참석하면, 제복을 입고 대전 컨벤션 센터를 돌아다니는 외국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꽤나 인상적이다.
학회에 참석의 원초적인 이유가 지도 교수님께서 튜토리얼 세션을 하시기 때문도 있지만, 현재 진행중인 과제가 국방과 관련되어 있어기에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을 배우고자 하였다. 학회에 참석하니 인공지능 기술이 국방에 얼마나 적용되고 있는지, 어떤 부분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필요한 지 시야를 넓힐 수 있었고, 더 나아가서 국방 도메인에 대해서 느낄 수 있었다.
인공지능은 대부분의 모든 것들을 학습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무엇을 학습할지 모델링 하는 것은 도메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특히 나는 인공지능으로 학습 파이프라인을 만들 수 있지만, 무엇을 위해서 파이프라인을 설계하는지 그 목표가 불명확하였다. 내가 진행하는 과제가 군관련된 프로젝트임에도, 내 관점은 AI 학술 세계에서 필요한 기술이었는데, 이러한 시선은 잘못된 것이었다.
도메인 지식을 활용하여 모델링 하는 것은 문제에 대한 정교한 모델링을 가능하게 만든다. 내 연구에서는 멀티에이전트 환경에 대해서 단지 공격자와 수비자가 싸우는 것을 가정 하였지만, 실제로 필요한 가정은 공격자의 이동, 지원, 수비, 전투와 같이 더욱 자세한 상황이었다. 나는 학회에서 군관련된 모델링을 보면서 관계자들이 어떤 필요성에 의해서 어떤 문제를 푸는지 이해할 수 있었고, 기술에 대한 수요를 체감할 수 있었다.
인공지능 내에는 여러 분야가 있지만, 그들이 모두 동시에 상호작용하여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한 분야에서 생겨난 기술은 다른 분야에 도달하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예를 들어서 Transformer 가 Vision에 적용되는 것도 3년 정도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이처럼 인공지능 기술이 국방에 대해서 제대로 녹아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두 분야가 서로의 기술 습득을 준비하면서, 기술의 완성도 수준이 높아지고 유용해진다면 그 때 타 분야의 기술이 “사용”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 전까지 두 분야는 해소되지 않는 차이가 존재한다. 이는 개인이 원한다고 한 순간에 바꿀 수 있는 게 아니기에 가만히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3년에서 5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후에 인공지능 기술은 육군에서 더욱 활발하게 사용될 것 같다. 그 전까지는 내부에서 인공지능 기술 접목을 위한 시스템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인공지능에 대해서 유명하고 좋은 학회도 많기에 배움에 대해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학회는 결국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이 모여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다양한 학회를 다녀보는 것은 연구자에게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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